▽드론을 띄우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하늘을 나는 설레임과 추락의 공포가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이죠. 어릴 적 연을 날릴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연실이 끊어질까봐 조마조마하면서도 바람을 탱탱하게 받는 손맛. 드론 조종기를 잡고 있으면 연 실타래를 잡는 기분입니다. 상반되는 점도 있죠. 연은 유선, 드론은 무선. 연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 좋고 드론은 바람에 취약하고.
드론으로 높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조종 중인 저의 모습도 잡힙니다.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배경 속에 파묻혀 있죠. 전체속의 일부에 불과한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매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한발 떨어져 자신을 본다’는 ‘자기 객관화’ 문제가 매우 쉽게 해결됩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즉 성찰이 시작됩니다.
▽‘자기 객관화’는 학계 용어가 아닙니다. ‘상위인지(上位認知·metacognition, 메타인지)’를 쉽게 표현하는 말 같습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 ‘인식에 대한 인식’이고 자신의 인지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판단하려는 정신 작용입니다. 메타인지는 ‘자아인식(자의식, self-awareness)’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개념입니다. 스스로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행위입니다. 메타인지는 언제나 작동하고 있어야 합니다. 타인을 보듯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스스로가 제대로 판단되기 때문이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탐색은 끊임없는 여행이자 오랜 철학의 주제입니다.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래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던져지는 질문입니다.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어서 매일 점심을 에펠탑 내부 식당에서 먹었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안에 있으면 안 보입니다. 밖으로 나와서 멀리 떨어져야 제대로 보입니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8년 동안의 갈리아(현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독일 서부)정복을 기록한 ‘갈리아 원정기’의 저자인데요, 생생한 묘사로 문학작품이면서도 역사 기록입니다. 이 기록에서 카이사르는 자신을 ‘카이사르’라고 지칭하며 3인칭으로 표현합니다. 마치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본 것처럼요. 기록서로서 가치는 그래서 더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냈고 서울 도시화와 현대화의 산 증인이라고 평가받는 손정목 교수는 5권에 이르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를 쓰며 당시 담당 공무원이었던 자신을 ‘손과장’ 이나 ‘손국장’ 등 3인칭으로 지칭하며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특히 1970년 ‘성남 소요 사태’를 기록한 장에서는 담당 과장으로서의 자신을 가혹하리만큼 비판합니다.
▽자기 객관화는 나르시시즘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자뻑’은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니까요. 누구나 인정에 대한 욕구도 있고요. 하지만 과도하면 타인과의 협업을 방해하고 공동체를 망칩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돋보이지 않게 되면 타인을 비하해서라도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우리 주변의 ‘빌런’은 이런 나르시시스트가 대부분입니다. 스스로를 잘 돌아봐야 허튼 ‘자뻑’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놓치기 쉬운 것이 메타인지인데요, 열심히 몰두하는 행위 자체에 자아도취된 것은 아닌지 질문하며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몰입은 좋은 것이지만 매몰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늘 한발 떨어져 자신을 살피지 않으면 과몰입하기 십상이니까요.
▽메타인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요? 지혜도 있어야겠지만 저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용기야말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똑바로 냉정하게 응시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자기 객관화는 자존감과도 직결됩니다.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과정이 보이기 때문이죠. 자신감이 생기고, 환경과 주변시선보다는 스스로의 계획과 목표에 의해 미래를 준비하게 해줍니다. 또 내 위치를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받아들이면…‘겸손’을 덤으로 얻습니다.
▽‘자기 객관화’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독서가 첫째인 것 같습니다. 의식적으로 세상과 거리 두는 방법이죠. 타인의 세상에 일시적으로 빠지는 것입니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고 문해력이 길러지는 부대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독서는 세속적 초월’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죠. 높은 곳에 올라 자신을 포함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늘리는데 좋습니다.
일기쓰기나 하루일정을 기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기억에만 의존하면 순간의 감정만 남기 마련이죠. 게다가 기억은 왜곡을 부릅니다. 가급적 손글씨로 적고 나중에 눈으로 보게 되면 객관적으로 당시의 자신을 다시 보게 됩니다. “또렷한 기억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간다”는 격언처럼요.
또 솔직하게 나를 평가해 주는 벗을 옆에 두고 있다면 큰 행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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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홈페이지
▽“21세기 최고의 기록사진을 하나만 꼽아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면(물론 아무도 안 물어봅니다만), 저는 위 사진을 선택하겠습니다.
1968년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8호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촬영한 사진입니다. 달 지평선 너머 떠오르는 지구…. 인류가 한발 떨어져 우리가 머무는 땅의 모습을 응시한 사진입니다. 지구도 다른 세계에서 보면 그저 지평선 위로 뜨고 지는 한 행성에 불과한 것이죠. 드넓은 우주의 작은 푸르른 별. 광활한 우주에서 한 점에 불과한 작은 이 곳에서 인류는 전쟁을 하고 갈등을 벌이며 아웅다웅하고 환경을 파괴합니다.
1년 뒤엔 인류가 처음으로 달을 밟게 되지만, 국적과 상관없이 당시 사람들의 눈과 가슴에 가장 큰 자국을 남긴 사진이리라 짐작합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스스로와 멀리 떨어져 우주의 눈으로 바라 본 스스로의 모습이기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http://naver.me/FLDmQ0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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