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서 빛이 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피부의 혈색이 좋다는 의미로, 얼굴빛은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색은 신(神)의 깃발이고 오장은 신(神)의 집이다’라며 혈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얼굴색으로 오장육부의 불균형 상태, 즉 신체의 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얼굴 빛 즉, 혈색으로 알 수 있는 질환들은 무엇이 있을까.
얼굴빛이 푸른 색을 너머 검다면? 그건 간 때문이야!
피부가 윤기 없이 푸석해지면서 안색이 푸른빛을 띨 때가 있다. 피로 회복력이 떨어지고 간 피로가 이어져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충분한 휴식이 가장 먼저 확보되어야 하지만, 혹시 모를 간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안색이 푸른빛을 넘어 칙칙하고 어두워 보인다면 간 건강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간은 체내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 '글루타치온'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해독 작용을 한다. 간 속에 글루타치온이 부족하면 간 기능이 저하되고, 독성 물질이 과다 축적되어 안색을 나쁘게 만들고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전남대학교 이상욱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 쥐에게 글루타치온을 억제한 뒤 간 소포체의 지질과산화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글루타치온이 억제되자 지질과산화가 4배 가까이 촉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과산화는 세포막의 지질로부터 전자를 빼앗아 세포를 손상시키는 과정으로, 이처럼 글루타치온이 결핍되면 간세포가 손상되어 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글루타치온은 인체에서 스스로 생성되지만 쉽게 고갈된다.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 건강식품이나 음식을 통한 섭취가 필요하다. 간이나 담낭 건강에 좋은 식품은 주로 녹색이다. 녹색 음식은 피를 만들어 세포 재생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간의 노폐물을 제거한다.
부끄럽지 않은데, 자꾸 얼굴이 붉어진다면? 고혈압,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고혈압은 우리나라의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이다.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평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 발병 전 위험도 예측을 위해서는 가족력, 허리둘레, 혈압 변화, 중성지방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얼굴빛만으로도 고혈압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것은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라는 것.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University of St. Andrews) 연구팀은 "피부가 붉지만 건강해 보이지 않은 사람의 경우, 혈액이 포함한 산소량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미국공공과학도서관(PLoS) 인터넷판에 밝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 연구팀은 고혈압 환자 394명과 정상인 705명의 사진을 확보하여, 한의학의 망진(望診, 한의사 눈으로 환자의 얼굴 빛깔, 윤기, 피부, 눈, 혀, 손톱 등 몸 겉면의 부위를 살펴보는 한의학의 진단법 중 하나)으로 고혈압 환자에서 보이는 특징 변수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코의 모양과 이마와 볼의 색상에서 고혈압 환자와 정상인 간의 차이가 있었었다고 말했다.
붉은빛이 도는 얼굴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양과 연관성이 있어, 고혈압뿐 아니라 심장질환을 예측한다.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University of Rochester Medical Center) 장-필립 쿠덕(Jean-Philippe Couderc) 교수팀은 카메라 촬영만으로 심장 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심장 윗부분인 심장이 무질서하게 뛰는 심방세동 증상을 잡아낼 수 있는데, 혈액 속 헤모글로빈 양의 변화를 카메라로 관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 혈액이 흐르는 속도와 양이 변하기 마련인데, 이에 따른 헤모글로빈 양의 변화를 얼굴 촬영을 통해 카메라 센서로 잡아내는 것이다. 얼굴 피부는 다른 부위보다 얇고 혈관이 피부와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변화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심장과 소장에 좋은 식재료는 붉은색이다.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수박이나 토마토, 자두, 당근처럼 붉은색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붉은색 음식은 심장을 맑게 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점점 얼굴이 노랗게 변할 때는? 황달, 빈혈, 소화기관 문제일수도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얼굴뿐 아니라 눈 흰자위까지 노란빛을 띄는 경우가 있다. 간이나 담낭 질환으로 황달을 의심할 수 있다. 황달은 특수 단백질의 체내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황색 담즙색소인 빌리루빈이 몸에 과다하게 쌓여 노랗게 착색된 것이다. 빌리루빈은 보통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친 후 담즙으로 배설되어야 하지만 특수한 경우 배설되지 못하고 황달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소화에 관여하는 담즙이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면 얼굴이 노란색으로 변한다. 즉, 소화기관이 건강하지 않을 때도 얼굴빛이 노랗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과 위, 간, 십이지장 질환자들의 얼굴을 보면 노란빛을 띄는 경우가 있다. 얼굴빛이 노랗다면 평소 소화가 잘되지 않는지, 변비가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빈혈이 있어도 얼굴이 누렇게 된다. 보통 빈혈이 있으면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빈혈은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세포인 적혈구의 수가 줄어들 때 흔히 나타난다. 적혈구 속에 주로 존재하는 빌리루빈이라는 노란 색소 때문에 빈혈 증상이 있으면 얼굴이 노랗게 되는 셈이다.
얼굴이 노란색을 띠면 위장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양배추, 조리한 양파, 호박처럼 단 맛이 도는 채소류와 순무, 우엉, 차조기, 재첩 등이 도움이 되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식사를 할 때는 음식물을 천천히 씹어 먹고 위장에 부담을 주는 야식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이닥 한방과 상담의사 이종우 원장(고운결한의원)은 "피부 속으로는 기가 흐르는 경맥이 자리 잡고 있는데, 피부 위로도 중요한 경락들이 흘러 인체의 안팎을 긴밀하게 연결해 주고 있어 피부색으로 인체 이상 유무를 알 수 있고, 어떤 병에 유의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라며 "심장에 열이 있을 때는 피부색이 붉어지며, 얼굴이 검게 보이거나 전체적으로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신장병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종우 원장(고운결한의원 한의사)
[출처] : http://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752108 |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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