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article/469/0000713587?sid=110
저금통 몇 번 훔쳤던 지적장애인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도, 아버지의 외면으로 10년을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 갇혀 있었다. 정신연령이 3세 정도인 다른 발달장애인은 행인을 때렸다가 기소는 면했으나 '치료 필요성'을 이유로 그곳에서 4년을 꼬박 갇혀 지냈다.
아이를 넘어뜨려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는 구치소와 치료감호소에서 총 2년 6개월가량 갇힌 자폐인도 있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이 '치료감호의 눈물' 기획기사를 취재하면서 접한 치료감호소의 범법 발달장애인 장기 구금 사례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나 발달장애인 중 특수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법무부 산하 교정시설이자 정신의료기관인 이곳에 '최장 15년'까지 수감될 수 있다.
조현병, 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자와 달리, 발달장애인은 2차적 증상만 의약품을 통해 조절할 수 있을 뿐 장애 그 자체에 대한 '완치'는 존재할 수 없다. 자·타해, 강박행동 등 도전적 행동은 이를 사회에서 용인되는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행동중재' 같은 전문적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치료감호소에는 발달장애 특성에 맞는 적절한 행동치료,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수감자 중 일부는 '출소 시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정해진 형기를 훌쩍 넘겨가며 기약 없이 갇혀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97명의 발달장애인이 치료감호소에 수용됐는데, 이 중 49명(12.3%)이 선고 형량을 넘겨서 수감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국가인권위원회 공동주관으로 지난 14일 열린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과 형 집행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범법 발달장애인의 재범 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인력과 프로그램이 없는 지금의 환경에서 치료감호소 수용은 문제적"이라고 꼬집었다
발제를 맡은 임한결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발달장애인 치료감호 문제의 출발점은 치료가 불가능한 발달장애에 대해 치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아이러니(역설)"라고 지적했다. 장애로 인한 2차적인 행동문제는 특수치료, 부모교육, 행동요법 등을 통해 '조절'할 문제이지, '장애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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