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수배하면, 늦어도 3일 안에 드래고니아로 갈 수 있습니다. 적은 우리가 육로를 택할 거라 생각할 테니 이 쪽이 안전합니다.
돈 될 만한 것을 챙겨오지 못했는데, 괜찮은가요?"비상금으로 가져온 금붙이가 있습니다. 돈으로 바꿔야겠지요.
부족하지 않겠어요? 드래고니아로 가려면 배를 통채로 빌려야 할 텐데."엘렉트라의 말대로이기 때문에 트리스탄은 대답하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드래고니아는 가끔 희귀한 식물을 채집하려는 약초사나 식물학자 외에는 발을 들여놓는 자가 없는 세계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철도 아니니 그나마도 배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안심시키려는 트리스탄에게,
엘렉트라는 왼손의 반지를 빼어 건넸다.실시간카지노
가문의 반지는 프렌에게 주었지만... 이건, 그이가 준 약혼반지니까... 끼고 있었어요."
어차피 시집 가면 빼야 했는 걸. ...이걸 돈으로 바꾸면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살아남는 것이 먼저예요. 남편도 그걸 바랄
테니까. 부인이지만, 그래도트리스탄은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남편과 사별한 후 엘렉트라의 배가
불러온 적이 있었다. 모두가 남몰래 얼마나 바랬던가. 후계자를. 그 공자의 피를 이은 훌륭한 아들을.
상상임신임이 밝혀지고, 두 번의 자살시도. 웃음을 잃어버린 공녀.엘렉트라는 트리스탄의 어깨를 살짝 두들겼다.
이런 일...시켜서, 미안해요, 트리스탄 경.당신은, 그이의 친구였는데. 나를 나쁜 여자라고 생각하겠죠? 남편의 유품마저 팔아치워
생명을 보존하려는-"아닙니다! 다만... 제가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좀 더 뛰어난 기사였다면. 좀 더 힘이 셌다면. 그 놈들을
베어버릴 수 있었다면! 엘렉트라는 초조한 여행기간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그 때 알아버렸다.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친구를 희생하고 도망쳤다- 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은 엘렉트라만이 아니었다. 트리스탄도 친구들의 비명을 들었다.
같이 잠을 자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검을 겨루던 친구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트리스탄도, 엘렉트라와 같이
도망친 것이다.왜 몰랐을까. 일주일이 넘게 같이 길을 걷고, 서로 손을 잡아주며 산을 넘고, 강을 건넜는데. 엘렉트라는 손으로
얼굴을 덮다가, 그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천천히 탁자를 짚고 심호흡을 했다. 손의 떨림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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