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단은 이 녀석을 양호실에 데려다 줘야 한다. 신음하는 키엔의 목덜미를 쥐고 질질 끌고 나가
는 미카시르를 본 학생들이 저마다 몇 마디를 떠들었지만, 미카시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 했을 뿐이
었다. 변명할 거리도 없고, 할 얘기도 없다. 하지만 계단에서 사감 조교와 딱 마주쳐 버린 것은 불행이
었다.창백한 피부에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류엔 아스트로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 카사노사이트
없었다. 미카시르는 일단 미소를 띄웠다.뭐라고 떠들든 문을 닫으면 그만이다. 몇 번 다급하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지만 미카시르는 귀를 막고는 다시 펜을 들었다.그 기분을 대체 뭐라고 설명해
야 좋을까.자신의 기반이 모두 무너져버린 기분. 자신이 노력해 왔던 그 모든 고생이 물거품이 되어버
렸다는 기분. 자신이, 더러운 출생이라고 세상이 모두 손가락질하는 기분. 모두가 날 배신하고, 모두
에게 버림받은 듯한 기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바닥까지 추락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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