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예가 플라세보(placebo, 위약) 효과다. 진통제인 모르핀이 부족했던 2차 세계대전 때 환자들에게 생리 식염수를 주입하고도 진짜 진통제라고 안심시켰더니 효과가 실제 진통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냥 생수를 카페인이 첨가된 에너지 드링크라고 믿고 마시도록 했더니 혈압도 그에 따라 달라졌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심지어 가짜 약이란 사실을 알려줘도 플라세보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기대효과를 이용하면, 실제 마약성 진통제 투여량을 줄이고 약물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실험에서 참여자 A그룹에는 달걀 2개와 치즈 30g을, B그룹에는 달걀 4개와 치즈 60g을 보여준 뒤 실제로는 두 그룹 모두에게 달걀 3개와 치즈 45g으로 요리한 오믈렛을 제공했다. 달걀 2개와 치즈 30g을 본 그룹은 포만감이 낮아 다음 식사 때 파스타를 더 많이 먹었다. 포만감은 위장에서만 느끼는 게 아니라 뇌에서도 판단하는 셈이다.
불면증도 상당 부분 기대효과와 관련이 있다. 잠을 충분히 잤으면서도 제대로 못 잤다고 불평한 사람도 있었는데, 혈압이 높았고 인지 능력도 떨어졌다. 반대로 충분히 못 잤는데도 불면증을 호소하지 않은 사람은 혈압이 높지 않았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면 다음 날 힘들 것이라는 걱정을 버리고 차라리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불면증 치료에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75년 7월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막 50세에 접어든 1100명을 골라 추적을 시작했다. 나이 듦에 대한 태도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은 실험 시작 이후 평균 22.6년을 더 살았지만, 부정적인 사람들은 평균 15년밖에 살지 못했다. 자신이 아직도 할 일이 있고 젊은 세대와 똑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은 평균수명은 물론 심각한 장애나 질병 없이 살아가는 건강수명까지 늘렸다.
주변 사람의 기대도 효과를 발휘했다. 교사가 긍정적으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초등학교 학생은 지능지수가 월등히 향상됐고, 이런 기대는 몇 년 후까지도 지속했다.
저자는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새롭게 재해석하도록 만든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호텔 청소부들에게 평상시 하던 작업을 ‘운동량’으로 계산해서 제시한 결과, 한 달 후 체중이 1㎏ 줄고 혈압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마음가짐이나 생활방식 변화로 노화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만으로 DNA의 ‘노화 시계’가 천천히 가도록 만들 수 있다. 스트레스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호흡이 불안정하고 심장이 빨리 뛰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몸이 중요한 일에 대비해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징후로 받아들이고 실력을 발휘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자칫 유사과학 정도로 여길 수도 하지만, 저자가 열거한 탄탄한 과학적 증거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나하나가 실험을 통해 확인되고 전문가 검증을 거쳐 학술지에 게재된 것임을 책 참고문헌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기대 효과를 만병통치약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모든 불행과 불안을 없애줄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대신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자신의 운명도 원하는 모습에 좀 더 가깝게 혹은 더 멀어지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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