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구에 모습을 나타낸 뒤 적게 잡아도 95%의 기간을 수렵·채집에 의존해 살았다. 특정한 땅에 머물며 곡식을 재배해 식량으로 삼는 ‘농경’을 한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동물을 사냥하거나 나무의 열매를 따 먹으며 살았다는 뜻이다. 농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1만년 전에서야 시작됐다. 농경 이후 인류는 생산력을 높일 수 있게 돼 문명사회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주목한 바야카족은 이런 흐름에서 비켜 있었다. 이들의 공동체는 대개 25~70명이 소속돼 있었는데,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아이들은 ‘공동 육아’ 형태로 키워졌다. 아이 입장으로 보면 자신의 부모가 아닌 이웃에게서 돌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전체 양육 행위의 40~50%가 직계 부모가 아닌 이웃에 의한 것이었다.
연구진이 이런 공동 육아에서 특히 주목한 건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이었다. 바야카족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눈앞에 붙잡아두고 특정 지식이나 지혜를 가르치는 일이 드물었다. 대신 어른의 감독 없이 2~16살의 아이들이 집단을 이뤄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 많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놀이와 탐구로 상호 간에 지식을 전수하고 얻었다. 예를 들어 바아캬족 아이들이 또래 간 교류를 통해 익히는 나무타기는 어른이 됐을 때 꿀과 같은 먹거리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연구진은 이런 육아 방식이 서구식 현대 국가와는 크게 다르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현대 국가에선 교사가 교육을 주도하고, 나이와 능력에 따라 아이들을 분리하며, 정신적인 부담을 주는 시험이 치러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렇다고 해서 수렵·채집 사회의 육아 시스템이 현대 사회보다 낫다거나 완벽히 양립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치·경제적으로 고도로 발달한 현대 국가에서 필요한 교육을 수렵·채집 사회의 육아 방식으로는 원활히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은 지역 공동체가 육아 부담을 나눠서 지는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강조했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독일에선 노인 주거시설과 유치원을 인접해 배치하는 시도가 추진될 계획이다”며 “초등학생의 일부 수업을 학년 구분 없이 시행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의 형제·자매가 동생의 돌봄에 참여하는 건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돕고 부모들에게는 휴식을 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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